학교에서의 정신건강

학교 교육의 목적은 단지 지적 능력의 발달이나 특정 지식과 기술의 습득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인격의 형성과 사회적 적응 능력의 배양 또한 학교 교육의 중요한 기능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위해서 지적 발달과 동시에 정신건강의 측면도 학교 교육의 중요한 변인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학교 환경이란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학교의 다양한 요소를 의미한다. 학교의 물리적 환경,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우관계, 학업 성취 등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 환경의 중요한 변인들이다. 학교의 물리적 환경은 크게 실내 환경과 실외 환경으로 구분된다. 실내 환경으로는 책상과 의자의 크기 및 배치 상태, 벽면에 부착된 게시물, 유리창의 크기와 모양, 칠판의 상태, 교실의 통풍, 채광, 습도, 소음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실외 환경으로는 학교 주변의 교통, 소음, 공기오염 상태 등과 운동장의 배치, 화단의 모양이나 건물의 배치 등이 고려된다. 이러한 학교의 물리적 환경 요소들은 학생의 생리적 욕구나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신활동과 정서적 반응에도 영향을 준다.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자극-반응 관계 이상의 체계다. 즉, 학교의 규모에 따른 교실 공간의 크기, 좌석의 배치 상태, 책상의 크기와 같은 물리적 환경은 학생들의 잠재적 교육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적합한 물리적 환경 변인과 바람직한 사회·심리적 환경 변인이 함께 주어질 때 학생의 정신건강은 보다 증진될 것이다. 학생이 교실 내외의 구조적 대상물이나 사물들에 대해 적절한 만족감을 갖게 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활동성이 높아짐으로써 능률적인 학습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물리적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학교생활이 권태로워지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어, 결국 성숙한 인경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학교의 물리적 환경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개인의 행동 특성에 영향을 주며, 학생의 정신건강에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다. 교사가 학생의 인지적 측면과 아울러 정의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동시에 학생의 행동에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형성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즉, 학생에 대한 교사의 역할 인식이 교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교사의 행동 역시 학생의 인지적 측면과 정의적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학생의 학업 성취, 학교에 대한 태도, 학문적 자아 개념, 정신건강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교실 분위기가 학생의 행동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교사들에게 많은 함의를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교실 분위기 유형을 전제형, 민주형, 방임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분위기에 따라 학생들의 행동 특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검증하였다. 즉, 전제적 분위기에 속한 학생들은 서로에 대하여 적대심이나 반항심을 보이지만, 민주적 분위기의 학생들은 친밀감과 협동심을 보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그리고 방임적 분위기의 학생들은 활발하기는 하지만 무기력하고 태만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기초로 형성되는 교실 분위기는 교사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성이 높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의 행동을 지도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교사 자신의 기준으로 학생을 보지 말아야 한다.
• 학생의 발달 수준이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 문제 행동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 행동이 반복적인가 또는 습관적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 특정한 문제 상황이 다른 행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학급 친구들과의 관계나 교우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 학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가 살펴야 한다.

또한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태도는 교사의 정신건강과 관련되어 있다. 교사의 정신건강이 교육활동에 대한 직무만족도, 학교조직의 건강, 학급 규모, 학급 풍토 등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는 교사의 정신건강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에는 지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교류가 수반되기 때문에 교사의 정신건강은 학생의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결론적으로 교사는 자신의 정신건강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학생들은 독립된 개인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며, 학생의 지적 능력에 대한 획일적인 평가 방법을 삼가고, 각 학생이 보여 주는 행동의 의미와 원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교사는 학생에 대한 심리적 이해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춤으로써 학생의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학교 역시 학생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는 사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교우관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교생활에서 학생들 간의 사회적 관계의 성공 여부는 학업 성취 요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생 간의 사회적 관계를 연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사회성 측정 방법이다. 이 방법은 집단 내 또는 학급 내에서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용과 거부의 유형을 측정하여 학생 간의 사회적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 연구는 가장 문제가 되는 아동을 학교에서 사회적 관계를 실패한 고립 아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령기의 발달 단계를 아동 전기, 아동 후기, 청년 전기, 청년 후기의 네 단계로 볼 때 고립 아동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즉 청년 후기로 갈수록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업에서의 경쟁의식, 긴장 의식과 자아존중감 등의 심리적 현상에 의해 교우 간에 배타적인 면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교우관계의 성패 여부는 지적인 면과 성격적인 면의 양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우관계에 실패하여 고립 관계에 놓이게 되면 학업 성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정신 불건강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교사는 학생들의 교우관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건전한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