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이론은 교수가 보다 체계적으로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교수 이론에 대한 연구는 개별 학자에 의해 단독으로 수행되기보다는 논점이나 방법 및 설명의 형식에서 유사한 생각을 가진 학문 공동체 속에서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연구 공동체의 연구 문제와 방법 등을 설명하는 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Kuhn(1970)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그는 패러다임을 한 연구 집단에게 합리적인 문제와 방법, 그리고 그 해결을 규정해 주는 함축적인 준거의 틀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연구 영역에서 성원 간에 묵시적으로 인정되고 사용되는 개념의 틀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은 수행된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도구며, 한 영역에서 지식의 축적과 활용에 중요한 준거가 된다. 그런데 교수 연구의 문제는 단지 교육이론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교사 역시 교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수 연구의 패러다임을 고찰해 보는 것은 교수 연구의 현 상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유용한 기초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교수 과정 연구모형을 분석한 후 이들 모형에는 공통으로 교사의 지각적·인지적 과정, 학생의 행동 요소의 네 가지 변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제시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네 가지 변인이 교수과정의 효과적 준거인 학업 성취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즉, 교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수모형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변인이 고려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 선험 변인 : 교사의 특성, 경험, 훈련 정도, 능력 등 교사의 교수 행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 상황 변인 : 학생, 학교, 지역사회, 학급의 속성 등을 포함한다.
- 과정 변인 : 학급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의 행동에 주목한다.
- 산출 변인 : 지적, 사회적, 정서적 학생 성장에 대한 교수의 즉각적 혹은 장기적 효과를 말한다.
이와 같은 교수 연구 패러다임 분석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다. 그리고 각각의 패러다임은 현상을 정의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하나의 교수 연구 패러다임이 교수에 대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과정-산출 패러다임은 교수 효과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교수 연구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이 패러다임은 교실에서 발생하는 과정 측면인 교사의 행동과 결과 측면인 학생의 학업 성취 간의 관계를 탐색한다. 즉, 교사의 행동이나 교수 행위가 학생의 학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교수 효과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을 교사 요인으로 보고 학생의 반응 변인보다 교사의 자극 변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교육의 과정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며 학생의 행동이 교사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교사 변인을 독립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 패러다임에서는 교사 변인 외에도 교사 행동의 빈도와 안정성의 두 가지 차원에도 관심을 갖는다. 교사 행동의 빈도가 높을수록 학생의 학업 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빈도 효과가 비선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어떤 행동의 많은 양보다는 적절한 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안정성 차원은 교사 행동의 안정성 계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즉, 동일한 교사 변인이 상황과 시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문적 학습 시간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현재 학생의 과제 수행 정도는 과제의 적절성에 의존하며, 과제가 학생에게 어렵지 않고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면 결국 투입되는 시간의 양이 과제 성취의 정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석단위가 개별적이고,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고 있으며, 교실 생활의 제반 요소는 계속해서 분화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재 과정 패러다임은 학습자를 능동적인 존재로 보고 교수의 투입과 학생의 성취 사이에 학습자의 심리적 변인을 고려한 모형이다. 즉, 중재 과정 패러다임에서는 학습자 변인을 보다 강조한다. 학습은 교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습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학습 과제에 활용될 수 있는 자극의 적절성과 이에 대한 학습자의 지각을 강조한다. 이 패러다임은 학습자의 학업 성취를 학습 과정 동안 학습자가 사용한 중재활동의 함수로 설명한다. 즉, 교사의 행동과 수업 자료가 학습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정보처리를 활성화하는 정도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중재 과정 패러다임은 학습자의 주의와 과제 지속력, 그리고 시간의 사용 등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했다. 교실 생태 패러다임은 인류학, 민속학, 사회학, 언어학, 심리학 등의 학문 분야를 기반으로 하며, 연구 방법에서 양적 접근보다 질적 접근을 선택한다. 이 패러다임에서는 교사를 산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보다 행위자로 본다. 이러한 교실 생태 패러다임은 계속된 상호작용, 의미 부여, 지각 등 잠재적인 과정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변인 간의 인과관계를 양적으로 측정하기보다는 행위의 의미에 관심을 갖는 설명 지향적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성격은 어떠한 순간의 사건과 과정의 의미가 이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지식과 미래에 일어날 예측에 의존한다는 상황 특수적 관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교수-학습 상황에서 학습이 되도록 하는 것은 교사가 아닌 학생이며, 교사는 단지 학생의 반응을 활성화함으로써 학습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이 패러다임에서 교실의 환경은 사회·문화적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교실 생태 패러다임은 학업 성취 효과가 교실에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를 새롭게 해석하는 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특수한 사례에서 넓은 범위로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증거 자료가 부족하고 자료 수집의 객관화가 어렵다는 점, 참여 형태나 언어 사용 등에 관찰을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교과·수업과제·교수 활동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 연구 방법과 절차를 연구자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기에 결과 해석의 객관화가 어렵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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